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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구출 작전 -

 

 

뒤통수가 욱신거렸다. 카나페는 누군가 망치로 내려친 것처럼 울려대는 고통에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가물가물한 의식사이로 느껴지는 건 자신의 몸이 어딘가에 짐짝처럼 매달린 채 이동 중이었다는 것이고, 눈과 입을 가리고 손마저 뒤로 꽉꽉 묶은 바람에 할 수 있는 것은 귀로 듣는 것 밖에 없었다.

 

"흐흐, 이번엔 제법 돈이 되겠는 걸?"

"그러게 말이야. 어린 여자 엘프를 얻다니 오늘 재수가 더럽게 좋구만! 오늘 같은 날 한 판해야지!"

"아서라. 그러다 지난번처럼 다 날린다? 난 더 이상 안 빌려 줄 거라고."

", 엘프가 얼만데 너한테 돈을 빌리겠냐. 그것도 어린 여자라고."

"하긴! 이 정도면. 흐흐흐...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엘프를 둘이나 끌고 다니면서 귀를 내놓고 다니게 하다니. 그 정도면 나 잡아가쇼- 외치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는데. 진짜 멍청한 놈이야, 그 할버드 들고 있던 놈."

"잡았으니 다 끝났지 뭐. 캬캬캬캬."

 

그들이 자기들끼리 정신없이 웃고 있을 때, 카나페는 알아채지 못하게 조심스런 동작으로 팔목을 비틀어보았다. 밧줄에 팔목이 쓸리며 금세 쓰라려졌지만 이대로 가만히 잡혀가는 거 보단 나을 터였다.

 

[위험 돌파 2d6+2 : 12]

 

다행이 밧줄은 생각보다 엉성하게 묶어놨는지 처음보다 조금 느슨하게 만들 수 있었고 여차하면 손목을 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주변의 소음이 멎었고 어떤 건물의 안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나페는 혹시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까 싶어 귀를 쫑긋 세워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려고 했지만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끼이익

 

소름끼치는 문의 낡은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계단을 타고 어딘가로 내려가고 있었다. . . . 발걸음 소리가 제법 멀리 퍼지는 것으로 보아 밀폐되고 넓은 공간이 분명했다. 공기는 탁하고 습했으며 차가웠다. 짙은 쇠냄새가 느껴졌다. 그들은 카나페의 가방과 무기를 빼앗더니 어딘가로 던지듯 넣어버렸다. 다행스럽게도 눈과 입을 가리고 있던 천은 풀어주었다.

 

덜컹

 

무거운 철창 소리가 차가운 돌바닥에 울렸다. 그들은 자물쇠를 철컥 잠그더니 여러 번 흔들어 재차 확인했다. 카나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척 가만히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들은 카나페를 힐끔 확인하고 미련 없이 떠났다. 오늘의 행운에 건배를 들자며. 이제야 카나페는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곳곳에 이끼가 낀 창문조차 없는 돌벽이었다. 앞을 막고 있는 건 녹슨 철문이었다. 조그만 틈새로 그녀를 감시할 수 있는. 카나페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래서 인간은. 저 멀리 애써 덮어뒀던 인간에 대한 증오가 다시금 피어올랐다.

 

"아아아악!!!!!!"

 

그녀는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우렁찬 비명이 소음이 되어 감옥 안을 울렸다. 그녀는 감옥 문을 세차게 걷어차며 온갖 소리는 다 질렀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누군가 이 소리를 듣고 문을 열길.

 

"아이고!!!!!!! 사람살려어!!!!!! 아무도 없어요!!!!! 사람 죽는다!!!!!!!!!!!!"

 

그녀의 괴성에 누군가 살펴보러 오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감시 구멍을 통해 그녀를 슬쩍 내다봤다. 하품을 쩍쩍 하는 폼이 졸다가 온 것이 틀림없었다.

 

". 뭐야, 귀찮게 시리."

"이보시오.........저는 사실 희귀한 불치병이 있..! 켁헥 켁....!! 크헉!! 이렇게 먼지가 많은 공간에 있으면 바로 죽는 미쉐더티병에 걸렸다네.....!!! 크허허헉!!"

 

카나페는 곧 목에서 피가 나올 듯 필사적인 기침을 내뱉었지만 남자는 카나페를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바라봤다.

 

"뭐라는 거야...?"

 

그가 카나페를 바라보며 머리 옆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 차가운 시선에도 카나페는 멈추지 않았다.

 

".....아이고! 나 죽......"

 

카나페는 그대로 장렬하게 쓰러졌다. 기절한 척을 한 것이다. 남자는 어처구니 없어하며 철문을 두드렸다.

 

"이봐, 쇼하지 말고."

 

카나페는 뭐라도 가져와 전염병마냥 찍어 바를 걸이라 후회하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했다. 그녀는 끈기 있게 미동도 없이 그대로 누워있었다. 남자는 오랫동안 그녀를 주시했다. 카나페의 등에서 땀까지 흐를 무렵 남자는 한숨을 쉬더니 결국 의사를 부르러 갔다. 남자의 인기척이 사라지자마자 카나페는 발딱 일어섰다. 이제부터였다. 이제 어쩌지? 아아. 절망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돌벽은 투박하고 단단했으며 철문은 두텁고 무거웠다. 탈출할 수 없다. 누가. 어떻게 자신을 구해 주러 온단 말인가.

 

카나페!!!!’

 

문득 자신을 마지막으로 부르던 목소리가 생각났다. 그들. 카나페는 애써 흔들리는 마음을 잡았다.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탈출 할 것이다.

 

 

 

 

 

 

 

 

 

 

 

 

 

 

 

몽블랑! 부탁하겠다!”

 

그들은 지금 카나페가 납치됐던 그 장소에 있었다. 안타깝게도 카나페가 잡혀간 곳이 어디인지 카즈조차 전혀 알지 못했음으로 몽블랑에게 한 가닥의 희망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본은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몽블랑을 설득했다. 몽블랑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며 컹컹 짖었지만 본이 카즈의 집에서 들고 온 도시락 2개를 갖다 바치자 알아들었다는 듯이 바닥의 냄새를 킁킁 맡기 시작했다. 몽블랑도 분명 카나페가 걱정되는 것이 분명했다. 몽블랑은 냄새의 흔적을 따라 주위를 뱅글뱅글 맴돌더니 어디론가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몽블랑을 따라 그들도 달렸다. 그들은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달렸다. 혹시라도 길을 잃을 것을 주의해 주변을 눈여겨보았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곳이 저곳으로 보일 정도로 길이 복잡하고 비슷해 보였다. 30분 쯤 달렸을까, 몽블랑은 술집처럼 생긴 어느 가게 앞에 멈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으르렁 거렸다. 가게의 외견은 아주 낡고 오래된 술집 같아보였지만 이상하게도 간판이 걸려있지 않아 수상해보였다.

 

여기인 모양입니다.”

 

본은 창문 틈으로 술집 안의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술집의 내부는 그냥 평범한 술집 같았다. 꽤 많은 사람이 앉아 떠들며 이야기 하고 있었고 다른 이상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본은 슬쩍 귀를 문에 갖다 대며 이야기를 엿들어 보려 애썼다.

 

[상황파악 2d6 : 6]

 

하지만 문을 제대로 닫아놓지 않았는지 본이 문에 가까이 기대자마자 문이 밀려버렸고, 그는 균형을 잃으며 볼품없이 바닥을 굴러 술집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우당탕. 제법 큰 소리가 나며 이목을 끌었다. 본은 최대한 빨리 잽싸게 일어나며 자세를 잡아보았지만 이미 시선을 다 끈 뒤였다.

 

, 멋진 술집이군!”

 

본이 능청스럽게 말을 붙였다. 그들은 본에게 경계어린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왔다. 본은 빙긋 웃어주고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화살을 날렸다. 카나페를 밧줄로 묶어 납치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공격 1d6 : 6]

 

본의 화살이 앉아있던 사람들 사이로 날아 들어가 술을 넘기고 있던 남자의 목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한명이 시체가 되자, 그 뒤부터는 난장판이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본을 향해 무기를 꺼내들었다. 본은 황급히 발렌타인의 뒤로 빠지려 했다.

 

[위험 돌파 2d6+1 : 5] [피해 1d8 : 6]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긴 로브가 발에 밟혔고 넘어진 끝에는 덩치가 곰만한 험상궂은 남자가 콧구멍 벌름거리며 서있었다. 그는 본을 사정 봐주지 않고 발로 걷어찼다. 본은 고통에 다시 데굴 굴러야만 했다.

 

괜찮으십니까, 형제님...!”

 

발렌타인이 할버드를 뽑아들며 본의 옆에 섰다. 그의 등장에 사람들의 심기가 더 불편해 진 듯 했다. 검을 든 남자가 발렌타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근접 2d6+1 : 6]

 

쨍강

 

할버드가 검에 걸리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

 

발렌타인이 그들을 대치할 때, 본은 몽블랑에게 신호를 주었다. 카나페가 어디 있냐는 뜻이었다. 몽블랑은 다행이도 그 뜻을 알아채고 달렸다. 몽블랑이 가리킨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는데 보통은 식당의 식량창고로 쓰이는 곳이었다. 본과 몽블랑이 그곳으로 가려고 하자 눈치 챈 사람들이 앞길을 막았다.

 

다 죽여!”

 

그들이 소리치며 몽둥이와 검을 휘둘렀다. 본은 좁은 계단에서 몸을 비틀며 공격을 피했다.

 

[회피 2d6+1 : 8]

 

공격은 피할 수 있었지만 그 덕에 손에 들고 있던 활을 계단 밑으로 떨어트려버렸다. 발렌타인은 할버드를 다시 주우려 애쓰고 있었는데 사방에서 날아드는 몽둥이 탓에 쉽지가 않았다.

 

[회피 2d6-1 : 7]

 

그는 가까스로 공격을 피하고 발로 손잡이를 차올려 할버드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적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고 두 명이 동시에 발렌타인을 공격했다. 발렌타인은 할버드를 들어 올려 방어했다.

 

[방어 2d6+1 : 6] [피해 2d6 : 9]

 

발렌타인은 날아든 몽둥이에 크게 두드려 맞아 몸을 휘청거렸다. 갑옷이 아니었다면 더 충격이 컸을 터였다. 중심을 잡으려 몸을 숙이던 중 발렌타인은 카즈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한 명의 뒤를 기습하려는 듯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발렌타인이 그를 보고 조금 머뭇거리자 눈깔 치워라고 으르렁거려 발렌타인을 머쓱하게 했다. 본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활을 줍기에는 적들이 본을 죽이려 애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은 하는 수 없이 단검을 뽑아들어 남자를 공격했다.

 

[근접 2d6 : 9] [공격 1d6 : 1] [피해 1d6 : 6]

 

남자를 공격 할 수는 있었지만 단검이 익숙지 않은 터라 검은 남자의 팔을 거의 스치듯 상처를 남겼고 본도 남자의 검에 어깨를 베이며 상처를 입었다. 그러는 중 남자의 등 뒤로 카즈가 나타났다. 카즈는 남자의 다리를 걷어차 넘어트리며 본을 향해 소리쳤다.

 

가서 문을 열어!”

 

몽블랑과 본은 계단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수많은 철문들이 있었다. 문은 모두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고 그 안에는 몇 명의 인기척이 났다. 이렇게 많은 감옥을. 본은 충격적인 광경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짓을 한 자들에 대한 살심이 피어올랐다. 몽블랑이 중간에 있는 문을 향해 달려가 발톱으로 박박 긁었다. 그 안에 카나페가 있는 게 분명했다. 본은 있는 힘껏 발로 자물쇠를 내려찼다. 자물쇠는 쇠로 만들어져 있어 단단해보였지만 세게 내려친다면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근접 2d6 ; 3] [피해 1d4 : 4]

 

본이 발을 헛디디며 뒤로 굴러가 돌벽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누가 봤다면 배를 잡고 웃었을 일이었지만 말을 못하는 몽블랑 밖에 없는 게 다행이었다. 본은 누가 볼세라 잽싸게 일어나 다시 문을 발로 찼다.

 

[근접 2d6 ; 3]

 

그리고 문에 마법이라도 걸려 있듯 본은 다시 뒤로 튕겨버리고 그 뒤에는 본을 쫒아온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얼결에 굴러온 본을 품안에 받고는 정신 차리며 본의 목을 졸랐다. 본은 몸부림치며 반항했지만 뒤에서 잡히고 남자의 근력이 강했던 터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발렌타인은 제법 고전하고 있었다. 두 명이 동시에 달려드는 탓에 방어를 하기도 공격을 하기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몽둥이에 이미 여러 번 맞아 몸 여기저기가 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발렌타인은 공격을 뿌리치며 계단 쪽으로 내려왔다. 다수와 싸움에서 불리하니 차라리 좁은 곳에서 싸우는 것이 유리할 터였다. 지하실이 금방 소란스러워 졌다. 지하실 구석에 앉아 졸고 있던 카나페의 귀에도 충분히 들릴 소음이었다. 카나페는 대번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문밖으로 소리쳤다.

 

여기요!!! 밖에 무슨 일 났어요?!”

 

본은 남자의 팔이 목 밑으로 더 감겨드는 바람에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여서 고작 소리치는 게 다였다.

 

카나페!! 몽블랑에게 문을 부수라고 하십시오!!!”

 

그렇게 소리치자마자 남자는 본의 목뼈를 부러트릴 듯 세게 힘을 주는 바람에 본은 컥컥거려야만 했다.

 

거기 날뛰는 두 명 잘 봐라! 네 동료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멈추시지!”

 

남자는 어느새 계단을 내려와 싸우고 있는 발렌타인과 카즈를 향해 협박했다. 발렌타인은 할버드를 휘두르며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을 나무를 찍듯 찍어버리고 있었고 그런 발렌타인을 카즈가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본을 구해줄 만큼의 여력도, 공격을 멈출 수도 없었다.

 

몽블랑!! 몽블랑 거기 있니!!!”

 

몽블랑이 낑낑 거리며 철문을 맴돌았다. 카나페는 몽블랑을 달래주며 부탁했다.

 

몽블랑! 그 놈들을 쓸어버려!!”

 

카나페의 말에 몽블랑은 힘이 난 것 같았다. 꼬리를 바짝 세우더니 높게 뛰어들어 본의 목을 잡고 있던 남자의 왼쪽 다리를 깨물었다.

 

!!!!”

 

날카로운 이빨에 남자의 비명이 터졌다. 남자가 방심한 사이 본은 재빠르게 발길질을 했다. 남자의 아주 소중한 부위에.

 

[민첩 2d6+2 : 10]

 

아아악!!!!!!!!!!!”

 

아까보다 훨씬 더 심한 남자의 비명이 지하실을 울렸다. 그 비명은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처절했으며 비참하기까지 해서 순간 싸움이 멈추고 정적이 흘렀을 정도였다. 남자는 그대로 엎어져 일어날 생각을 못했다. 남자에게서 벗어난 본은 우아하게 옷가지를 정리하더니 플룻을 들어올렸다.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치유의 곡조 2d6+2 : 12] [회복 1d8 : 2]

 

발렌타인은 마지막 적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는 카즈에게 협박당했던 대장으로 보이던 남자였는데, 그의 부하들이 다 죽고 자신 혼자 남은 듯했다. 그는 악에 받힌 고함을 지르며 발렌타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발렌타인은 남자를 봐주지 않았다.

 

[근접 2d6+2 : 10] [공격 1d10 : 8]

 

푸학

 

할버드가 남자의 목을 자르며 피가 솟구쳤다. 발렌타인은 진득한 피를 옴팡 뒤집어쓰고는 지독한 냄새에 코를 찡그렸다. 그리고는 본의 근처에서 고간을 잡고 데굴데굴 바닥을 구리고 있는 남자에게로 가더니 무심하게 발을 들어 올려 남자의 머리를 밟았다. 악한 자들을 살려두지 않는다. 그것이 원칙이었다.

 

냥멘.”

 

. 남자의 머리가 처참히 깨지며 몸이 꿈틀거렸다. 발렌타인은 눈을 감고 잠시 묵념했다.

 

악한 자들을, 당신의 품으로 보내드렸습니다, 냥멘이시여.”

 

그렇게 전투가 끝났다. 카즈는 카나페가 갇힌 철문의 자물쇠를 먼저 따고 있었다. 본이 무식하게 발로 차댔던 것과는 다르게 그는 전문적인 솜씨를 보여줬는데 길고 얇은 핀처럼 생긴 것으로 이리 저리 돌려대자 자물쇠가 딸각 거리며 열렸다. 그것을 지켜보다가 본과 발렌타인은 죽은 자들의 품을 뒤졌다.

 

[획득 3d30 : 59] [아이템 1d100 : 100]

 

숨겨뒀던 품안의 주머니까지 몽땅 털자 59닢을 얻을 수 있었다. 발렌타인은 귀중해 보이는 팔찌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카즈는 문을 열고 들어가 카나페를 찾았다.

 

저런 정신 빠진 놈들을 동료라고 데리고 다니다니, 당신도 불쌍하군.”

아니, 당신을 또 볼 줄은 몰랐는데., 설마 구하러 와준건가요?”

그러면, 잡혀가는 걸 봤는데 꿈자리라도 사나우라고?”

 

카나페와 카즈는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몽블랑이 뛰어와 꼬리를 흔들며 카나페를 반가워했다. 볼 일을 마친 본과 발렌타인이 카나페에게 다가왔다.

 

카나페!”

형제님, 괜찮으십니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설마 이런 잔챙이한테 잡힐 줄은..”

 

카나페는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춰 인사했다. 다행이도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그들은 이제야 크게 안도했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저도 도와주세요!!”

 

사육장 마냥 칸칸이 닫혀 있던 문에서 구해달라는 몇몇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 애절한 목소리에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구해주자는 모두의 뜻이었다. 카즈의 기술로 많은 문을 열기엔 무리였기 때문에 우선 열쇠를 찾기로 했다. 열쇠는 다행히 본이 찾았고 그것은 발렌타인이 머리를 분리해버린 대장의 시체,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안에는 두 명의 엘프, 한 명의 인간 그리고 한 명의 수인이 갇혀있었다. 그들은 일행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더니 이곳에 있기가 불안한 듯 황급히 도망쳤다. 엘프 한 명이 가장 마지막에 인사를 전하며 귀띔을 했다.

 

뒤쪽의 문에 가면, 당신들이 뺏긴 물건들이 있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본은 부상을 많이 입은 터라 치유의 곡조를 연주했다.

 

[치유의 곡조 2d6+2 : 9] [회복 1d8 : 4]

 

카나페는 짐을 되찾기 위해 뒷문으로 향했다. 문은 잠겨 있었는데 카나페는 호탕하게 발로 문을 쾅 찼다.

 

[근접 2d6 : 7] [피해 1d6 : 1]

 

꺄악.”

 

문이 너무 쉽게 열리는 바람에 카나페는 앞으로 굴러야 했고 그 소리에 본과 발렌타인이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카즈가 한심하게 그들을 바라봤다. 안쪽에는 카나페가 뺏긴 활과 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것으로 보이는 짐도 있었다.

 

..열렸으면 된 거잖아요!”

 

카나페가 변명하며 자신의 활과 가방을 기쁘게 들어올렸다. 카나페가 자신의 가방을 되찾고 있을 때, 본과 발렌타인도 다른 이들의 짐을 뒤졌다. 남의 것이라는 점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이대로 두어도 남의 것이 될 것이면 돈이 없는 그들이 가져가는 것이 도움이 될 터였다. 하물며 나쁜 놈이긴 했지만 시체의 주머니도 턴 마당에 꺼릴 것이 없었다.

 

[획득 3d10 : 12] [획득 3d10 : 15]

 

그들은 총 27닢을 찾을 수 있었는데 카즈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이건 내 몫이군.”

 

돈이 없는 마당에 조금 망설이기라도 하련만 본과 발렌타인은 당연하다는 듯 미련 없이 카즈에게 돈을 주었다. 카나페를 구해주는 데 도움을 주었으니 이깟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돈을 보고는 카즈는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고맙. , 너네는 많이 챙겼잖아.”

감사했습니다, 형제님.”

도와줘서 감사하다.”

 

[획득 3d10 : 25] [획득 1d4 : 4]

 

카나페도 나무상자 귀퉁이에서 천으로 둘둘 쌓인 수상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25닢과 제법 멋진 활이었다. 여러 나무를 겹겹이 굳혀 만든 활대는 매우 반질거리며 새것 같았고 가벼웠다. 시위도 팽팽하게 잘 당겨져 있었기 때문에 강하게 화살을 발사한다면 그 피해가 클 것 같았다. 카나페의 활에 같이 감탄을 내뱉던 본은 아차 하며 복도에 구르고 있는 자신이 떨어트린 활을 찾으러 갔다.

 

"좋아 이거 쓸 만하겠는데!"

 

카나페는 그것들을 다 챙기고 카즈에게 15닢을 내밀었다.

 

구해준 답례입니다.”

고마워. 남는 장사였군.”

 

카즈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얼굴 만면에 해사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니 얻은 수입이 무척 마음에 든 듯 했다.

 

다 챙겼으면 도망치자고.”

, 그러지요.”

갑시다.”

그러죠. 오래 있고 싶지도 않으니.”

 

[추적 2d6: 2]

 

다행이 그들은 더 이상의 싸움도 없이 무사히 그곳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몸이 무겁고 피곤했기에 휴식이 간절했고 딱히 머무를 곳조차 없었던 그들은, 그들이 이곳에서 유일하게 잘 아는 가장 안전하고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로 가기로 했다.

 

돈도 있잖아. 왜 우리 집으로 오는 거야.”

 

카즈의 집. 카즈는 싫어하면서도 하는 수 없이 집을 안내했다.

 

이 곳은 우리에게 너무 위험한 것 같다. 미안하지만 부탁하겠다.”

감사합니다. 형제님.”

또 잡혀갈까봐 무섭긴 하네요, 당신은 적어도 믿을 수 있잖아요?”

 

카즈가 한숨을 푹 쉬며 자신의 집 문을 열어주었다.

 

식사는 조금 있다 하기로 하고. 침대는 네가 써.”

 

카즈는 카나페를 보며 말하고는 홀랑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니....저도 바닥에서 자도 되는데....”

 

카나페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카즈는 이미 들어가 버린 후였다. 그들은 오랜만에 편하게 휴식할 수 있었고 카즈가 식사를 대접해준 덕분에 따뜻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카나페가 납치당했을 때는 정말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지만 그녀가 돌아와서 무척이나 다행이었다. 그들은 오늘 있었던 일로 밤새 떠들며 얘기 나누고 싶었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고른 숨을 쉬며 잠드는 고요한 밤이었다.

 

 

 

4- 구출 작전 - ()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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