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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둠과 눈 뜬 자들 -

 

 

긴 꿈에서 깨어나듯 문득 눈을 떴다. 웅웅대는 이명이 아스라니 귓가에 울렸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모든 것이 흐렸기 때문에 그들은 잠시 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몇 분 같던 몇 초가 지나고 그렇게 의문이 들었다. 여긴 어디지? 조금의 틈도 없이 꽉 막힌 어둠 속 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자 예민해진 귀에 스산하게 바람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신실한 성기사인 발렌타인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신, 냥멘에게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신은 아무런 응답도 돌려주지 않아 기도는 발렌타인의 마음속에만 조용히 울려 퍼질 뿐이었다.

 

거기 누구 없습니까-”

 

발렌타인 근처에서 두꺼운 벽으로 막힌 듯,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또한 발렌타인과 마찬가지로 차가운 맨 바닥에 누워있었는데, 소름끼치게도 목소리는 바로 앞에서 반사되듯 튕겨져 나왔다.

 

스르릉

 

두껍고 투박한 돌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멀리서 작게 들리는 가 싶더니 조금씩, 하지만 이내 확실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차례대로 무거운 돌을 밀어내려는 것처럼.

불안한 낌새를 느낀 카나페의 늑대, 몽블랑이 몸을 일으키다 머리를 부딪쳤다. 몽블랑이 끼잉거리는 소리를 내며 카나페의 옆에 다시 주저앉자 카나페는 손을 뻗어 가로막고 있는 것을 밀어보았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그녀의 힘으로 충분히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였다.

 

스르릉

 

긁히는 소리가 빈 공동에 울려 퍼졌다. 카나페는 드디어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다소 답답했던 공기가 트이는가 싶었지만 바깥도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카나페는 몇 번 기침을 해야 했다.

공동은 넓었다. 저편에서 뿌연 푸른빛이 안개를 타고 내려왔다. 안개는 울렁거리며 바닥으로 안착했고 투박한 바닥에는 고대의 매장 풍습으로 보이는 돌 석관이 규칙적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 기묘한 광경에 놀라던 것도 잠시 카나페는 자신이 누워있던 곳도 석관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스러움에 눈을 껌뻑이고 있자, 그녀의 방향 대각선 한 칸 아래의 관에서 검은 머리의 남자가 돌을 밀고 나왔다. 그는 관에서 나오는 바람에 약간의 먼지가 덕지덕지 붙어있긴 했지만 누가보기에도 확실히 준수하게 생긴 인물이었다. 반듯해 보이는 옷차림에 금색 눈동자. 선해 보이는 인상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매력적인 남자로 이름은 발렌타인. 성기사였다.

인간. 카나페는 반사적인 거부감에 눈을 찌푸렸고 그와 동시에 발렌타인의 관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누군가 있으시면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이 목소리는...본젤라또 형제님이시군요. 싫습니다.”

 

카나페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대답한 발렌타인의 목소리는 아주 단호했으며 그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의 목소리를 닮아 있었기 때문에 그는 홧김에 돌을 밀고 나와 버렸다. 그는 곱실거리는 금발을 위로 올려 묶어 얼굴이 두드러져 보였는데 맑은 초록색 눈동자와 대조되게 오른쪽 눈에는 검은 안대를 차고 있었다. 옷도 모험가의 복장이라기에는 다소 눈에 띄는 옷으로 전체적으로 화려한 인상을 주는 엘프였다. 남자의 이름은 본. 보통의 엘프보다 얼굴이 잘난 음유시인이었다.

 

율리우스...!!”

아닙니다. 발렌타인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 주위로 펼쳐져있던 관중 하나에서 덜컹, 덜컹, 안에서부터 두드리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공동을 에워 찼다.

 

발렌타인이었나!”

 

동시에 근처 관 하나의 돌 판이 위로 튀어 오르더니, 조금 비뚤게 내려앉았다. 이 위험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 카나페는 전투태세를 취하며 경계했지만 본과 발렌타인은 이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투닥거릴 뿐이었다.

 

그렇습니다. 색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것도 구분하지 못하신다니...”

 

발렌타인은 고개를 절레 흔들다가 카나페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분홍빛이 도는 백금색 머리의 엘프였는데 목 위까지 오는 단발과 동그란 보라색 눈이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엘프 특유의 체형치고는 체구가 다소 작아보였지만 직업인 사냥꾼답게 실생활의 근육이 보기 좋게 단련되어 있어 마냥 가녀려보이진 않았다. 발렌타인은 미인을 보면 사족을 못 쓰는 특유의 지병 때문에 그녀를 보고선 눈을 반짝였다.

 

괜찮으십니까? 아름다우신 분...”

 

카나페의 늑대, 몽블랑이 발렌타인을 보고 컹컹 짖었다. 카나페는 말없이 발렌타인을 위아래를 훑어보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시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너희 형제는 여전히 재수가 없구나....카나페?”

 

본이 카나페를 아는 체했다. 그 초록색 눈동자와 마주치며 카나페가 인사를 하려고 할 때, 카나페 뒤쪽의 관 뚜껑이 폭발하듯 솟구치며 바닥으로 내팽겨져 산산이 깨부숴졌다. 모두의 시선이 관으로 쏠리고, 흩날리는 돌가루 사이로 무언가 일어서는 그림자가 비췄다. 그들은 이제야 긴장했다. 발렌타인은 할버드를 움켜잡고, 본은 활을 꺼내며 형체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상황파악 2d6 : 4] [피해 1d10 : 1]

 

하지만 돌가루가 자욱한데다 빛이 흐렸기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본이 집중하고 있는 사이, 그의 뒤로 아주 차갑고 딱딱한 무언가 닿았다. 본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그것은 뒤를 날카롭게 스치며 앞으로 나갔다.

 

..!”

 

발렌타인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뿌연 푸른빛에 비친 옅은 길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에 카나페가 활을 들어올렸다.

 

[사격 2d6+2 : 6]

 

본을 공격한 그 형체를 찾아 활시위를 당겼지만 그 형체가 갑작스럽게 뿜어내는 푸른 안광에 멈칫거리며 공격할 때를 놓쳐버렸다. 화살은 형체를 스쳐지나가 버리고, 그것은 형체를 화나게 한 것 같았다. 형체가 매우 시끄러운 소리로 공동이 울릴 만큼 크게 포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주변의 모든 관에 쾅, 쾅 하고 안에서 두들기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본젤라또 형제님의 연주 같군요...”

 

발렌타인은 할버드를 강하게 쥐고 형체를 향해 힘껏 내리찍었다.

 

[근접 2d6+1 : 4]

 

하지만 형체는 그런 발렌타인의 공격이 우스운 것 마냥 연기처럼 형체를 흩트리고는 발렌타인의 뒤에서 돌연 나타나 그의 목을 졸랐다. 아주 이상하고도 기묘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는 갑옷을 입은 발렌타인의 무게가 어린아이라도 된다는 듯이 손쉽게 그를 저 뒤쪽으로 내던져버렸다. 쾅하고 발렌타인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강한 충격에 발렌타인은 잠시 정신이 흔들렸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계속해서 쾅쾅 울려대던 관들이 금이 가며 깨져버렸다. 무언가가 일제히 몸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들은 둥글게 포위하며 그들을 압박해왔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오래도록 낡아 부스러지는 천조각 사이로 비치는 누런 뼈들. 걸어 다니는 망자, 언데드였다. 싸우기에는 승산이 없었다. 어떡하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카나페는 공동 저편의 푸른빛이 비치는 곳으로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

 

[위험돌파 2d6+2 : 11]

 

카나페는 사냥꾼 특유의 날렵함으로 형체가 그녀 앞을 가로막기전에 옆의 관들을 뛰어넘어 빛이 비치는 곳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그다지 멀어졌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한 대 정도는 맞지 않을 거리였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본과 발렌타인도 달렸다.

 

[위험돌파 2d6+1 : 9] [위험돌파 2d6-1 : 5]

 

앞을 막으려 형체가 내지른 손톱이 본을 스쳤다. 그 탓에 본은 발을 헛디뎠고 그 뒤를 따라오던 발렌타인마저 형체의 손에 갑옷이 잡아당겨지는 바람에 그들은 볼품없이 나동그라지며 오히려 포위하고 있던 중심에 끌려들어갔다.

 

[피해 1d10 : 4]

 

발렌타인은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바닥에 엉망으로 구르는 바람에 살갗이 까졌다. 그것을 본 본이 혀를 차며 치유의 곡조를 연주해주려 했지만 완전히 포위당한 터라 행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발렌타인은 자신을 치유해 주려는 본을 보고 그의 형제, 율리우스에게 들었던 것보다 본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혼란스러워 졌다. 어쩌면 아까의 충격으로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것일 지도 몰랐다. 발렌타인은 불쑥 본에게 말했다.

 

형제님, 제가 유인할 터이니 우선은 빠져나가시길.”

 

발렌타인은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의 오른쪽 손등엔 고양이 형상의 화려한 금색 성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반짝하고 옅은 빛을 내더니 이내 은은한 빛을 어둠 속에 뿌려댔다. 모든들이 성표를 바라보았다. 마치 성표의 빛의 매우 불쾌한 것처럼. 그렇게 발렌타인에게 시선이 쏠렸을 때, 카나페는 혼란을 주려 큰소리를 내봤지만 성표의 효과가 컸기 때문인지 아무도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발렌타인이 위험해 질게 뻔했다. 본은 도망치는 것 대신 치유의 곡조를 연주해 그를 치유하는 것을 선택했다.

 

[치유의 곡조 2d6+2 : 10] [회복 1d8 : 7]

 

부드러운 선율이 발렌타인의 상처에 내려앉았다. 하지만 언데드들은 여전히 발렌타인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위험한건 변하지 않았다. 카나페는 이왕 이렇게 돼버린 거 하며 발렌타인을 공격하려는 언데드에게 화살을 날렸다.

 

[사격 2d6+2 : 5]

 

그 공격은 목표를 맥없이 스쳐지나가 버리고 그 소리를 들은 형체가 카나페를 바라봤다. 형체의 눈에서 푸른색 안광이 쏟아졌다. 본을 공격했던 그것이었다. 형체는 카나페를 향해 달려들었다. 활을 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카나페는 입술을 깨물며 단검을 빼어들어 빠른 속도로 덮쳐오는 형체를 찔렀다. 몽블랑도 카나페를 지키기 위해 형체의 다리를 공격했다.

 

[근접 2d6 : 8] [공격 1d8+2 : 8] [피해 1d10 : 6]

 

카나페의 공격은 훌륭하게 먹혀들어 형체의 목덜미에 단검을 꽂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형체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손톱으로 카나페의 옆구리를 할퀸 것이다. 카나페의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젠장!”

 

발렌타인이 이마에서 땀을 흘렸다. 할버드를 움켜쥐며 자신을 향해 손을 뻗어오는 것을 향해 휘둘렀다.

 

감히...!”

 

[근접 2d6+1 : 12] [공격 1d10 : 6]

 

할버드가 훙 소리를 내며 언데드를 반으로 동강냈다. 소름끼치는 비명이 메아리치며 바닥에 쓰러졌다. 한방에 언데드를 쓰러트린 것이다. 하지만 승리의 여운에 젖을 새도 없이 그의 뒤로 또 다른 언데드가 덮쳐왔다. 발렌타인은 재빨리 몸을 돌리며 방어하는 대신 공격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이랬든가.

 

[근접 2d6+1 : 11]

 

크게 휘두른 할버드는 언데드들을 동시에 베어냈다. 그 공격에 다수의 언데드들이 한 번에 절명했다. 본은 그 사이를 틈타 카나페를 치유했다.

 

[치유의 곡조 2d6+2 : 14] [회복 1d8 : 7]

 

훌륭하고 웅장한 마법의 곡조가 공동을 휘감으며 카나페를 치유했다.

 

감사합니다. 본님!”

 

카나페가 회복된 것에 푸른 안광의 형체는 분노한 것 같았다. 카나페의 목을 노리고는 손을 날렸다. 카나페는 민첩하게 옆으로 굴렀다.

 

카나페! 조심하십시오!”

 

[회피 2d6+2 : 12]

 

형체의 손이 허공을 스쳤다. 이제 그것들은 단체로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두 언데드가 두 손을 위로 치켜들고는 괴성을 지르며 본과 발렌타인을 향해 덤벼들었다. 본은 바닥으로 굴러 그 공격을 피해보려 했다.

 

[회피 2d6+1 : 8]

 

다행히도 본은 그 공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 탓에 손에 든 검은 플룻이 멀리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갔다. 발렌타인은 할버드로 언데드를 베어내려 했다.

 

[근접 2d6+1 : 4] [피해 1d10 : 8]

 

하지만 엉뚱하게도 할버드는 다른 곳을 향해 휘둘러졌고 그 틈을 타 발렌타인의 가슴에 손톱이 파고들었다. 푸학. 발렌타인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발렌타인과 본. 그들은 모두 엉망진창이었다.

 

그랜파의 플룻이...!”

 

본은 바닥에 떨어진 플룻을 찾아 허둥지둥 거렸다. 가뜩이나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데 플룻의 색마저 검으니 찾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 사이, 카나페는 푸른 눈의 형체에게 다시 공격당했고 카나페는 단검을 휘둘러 형체를 공격했다.

 

[근접 2d6 : 10] [피해 1d8 : 5]

 

카나페의 단검이 더 빨랐다. 단검은 형체의 복부에 완벽하게 틀어박히고, 그것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더니 홀연히 검은 먼지가 되어 흩어져 내려앉았다.

 

아싸!”

 

데구르르

 

기뻐하는 카나페의 발에 무언가 채였다. 푸른빛이 나는 동그란 구슬 두 개가 그녀의 앞으로 굴러왔다. 이게 뭐지? 그녀는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그것을 주워들었다. 신비스러운 푸른빛이 구슬 내부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훌륭하십니다!”

멋진 솜씨입니다!”

 

건너편에서 각각 발렌타인과 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들 주위에는 아직 적이 남아있었고 그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심해요!”

 

발렌타인은 침을 삼키며 자세를 고쳐 잡고 할버드를 가로로 휘둘렀다.

 

[근접 2d6+1 : 5] [피해 1d10 : 7]

 

그러나 언데드는 가볍게 뒤로 펄쩍 뛰어올라 할버드를 피하는가 싶더니 오히려 그 반동으로 발을 박차고 발렌타인에게 달려들었다. 다시금 가슴의 상처가 헤집어지는 바람에 발렌타인은 이를 악 물어야만 했다. 본은 여전히 바닥의 플룻을 찾고 있었다. 목숨보다 소중한 플룻이. 본의 다급함이 눈빛에 깊게 물들어 있었지만 그를 공격하는 적에겐 자비란 없었다. 본은 허리를 숙여 공격을 피해야만 했다.

 

[회피 2d6+1 : 11]

 

그리고 몸을 굴러 피한 자리에서 손에 딱딱하고 길쭉한 것이 닿았다. 본이 간절히 찾길 원하던 그의 악기였다. 그는 기뻐하며 플룻을 주워들었다. 안도의 숨이 터졌다. 본은 뭔가 결심한 듯 굳은 눈빛을 보내며 단검을 빼들어 그를 공격하던 언데드의 목을 노렸다.

 

[근접 2d6 : 4] [피해 1d10 : 7]

 

본의 단검은 헛되게 허공을 스치고, 언데드는 무자비하게 손톱을 휘둘렀다. . 손톱이 본의 옆구리에 쑤셔 박히며 피가 쏟아졌다. 본은 극심한 고통을 가까스로 참아낼 수 있었다. 발렌타인도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근접 2d6+1 : 8] [공격 1d10 : 3] [피해 1d10 : 4]

 

할버드와 손톱이 서로의 팔을 스치고 그들은 상처를 주고받았다. 카나페는 이것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녀는 다소 체력적으로 불리한 본과 대치하는 언데드에게 활을 쐈다.

 

[사격 2d6+2 : 10] [공격 1d8 : 1]

 

카나페의 화살이 언데드의 손등을 꿰뚫고, 언데드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본을 공격하려다 실패했다. 본은 그 기회를 틈타 자신을 치유했다.

 

[치유의 곡조 2d6+2 : 9] [회복 1d8 : 6]

 

본님,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마법의 곡조 덕분에 옆구리에서 철철 흐르던 피는 금세 멈췄지만 이 영향을 받은 것은 비단 본 뿐만이 아닌 듯 했다. 발렌타인을 상대하던 적이 기력을 회복한 듯 두 손을 들어 올리고 그를 향해 돌진했기 때문이다. 발렌타인은 할버드를 옆으로 세우며 달려드는 언데드를 겨우 막아냈다. 지지직. 돌진하는 언데드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발렌타인이 완강히 버티고 있음에도 몇 발자국 뒤로 밀려나야만 했다. 본은 황급히 발렌타인에게 치유의 연주를 해주었지만 너무 급하게 한 나머지 실수를 해버렸고, 옆에서 언데드가 공격해오는 바람에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본님!!!”

 

카나페가 비명을 지르듯 본을 불렀다.

 

크윽....저는 괜찮습니다!”

 

본은 다친 팔을 부여잡고 대답했다.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시야가 어지러웠다. 거기다 발렌타인마저 적의 공격에 부상을 입고 밀리고 있는 상태였다. 본은 다시 한 번 플룻을 들어올렸다.

 

[치유의 곡조 2d6+2 : 14] [회복 1d8 : 1]

 

본은 부들거리는 팔로 발렌타인에게 치유의 곡을 연주했지만 팔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큰 도움은 못 됐다.

 

쥐톨만한 도움, 감사드립니다. 형제님.”

거기 인간님! 치료해준 분께 무슨 소리에요!”

 

발렌타인은 흐린 표정으로 본을 바라보다 카나페를 보고 화사하게 웃어보였다.

 

, 무례하였지요. 사과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카나페, 원래 발렌타인은 저런 성격입니다.”

 

그들이 떠드는 사이 언데드들은 본과 발렌타인에게 달려들었다. 카나페는 재빠르게 본을 덮치는 언데드에게 활을 쐈다. 화살은 깔끔하게 머리를 관통했고 언데드는 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발렌타인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는데, 할버드로 언데드의 허리를 가격해 반으로 갈라버렸다.

정적이 흘렀다. 드디어 모든 전투가 끝났다. 위험천만한 싸움 끝에 그들은 승리한 것이다.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제야 참았던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카나페는 본에게 달려갔다. 그 길고 치열했던 싸움이 거짓말인 것처럼 주변은 아주 고요했다. 깨진 관의 파편사이에서 오직 그들만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우뚝 서있었다. 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것들의 정체는 대체...카나페,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발렌타인도 카나페의 상태를 살폈지만 그녀는 그를 무시하며 본에게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뭘요. 그나저나 여기는 뭐하는 곳일까요?”

 

카나페는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처음 봤던 대로 커다란 공동이 전부였으며 달라진 것이 있다면 관들이 모두 비어있는 상태라는 것.

 

인간님은 이 장소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나요?”

흐음...”

 

발렌타인은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모른다는 뜻이었다. 본은 일단 이곳의 정체를 파헤치는 데 앞서 여기저기 찢어지고 베여 엉망진창인 그들을 치유하기로 했다.

 

[치유의 곡조 2d6+2 : 10] [회복 1d8 : 8]

[치유의 곡조 2d6+2 : 8] [회복 1d8 : 1]

 

차례대로 발렌타인과 카나페를 치유했지만 본은 카나페를 제대로 회복시켜주지 못했다. 카나페를 치유하려고 마법의 곡조를 연주하자마자 천장에서 무언가 지잉 하고 공명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어 돌에 금이 가는 불길한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우르르

 

꺄악, 또 뭐야!”

무슨 일입니까!”

“....! 우선 여길 벗어나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요, 좋은 생각이에요. 인간님.”

 

그들은 앞뒤 생각할 겨를 없이 빛이 들어오는 곳을 향해 뛰었다. 머리 위로 작은 돌멩이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뛸 수밖에 없었다. 카나페는 제일 먼저 날렵하게 앞으로 나가 길잡이가 되었고, 다소 체력적으로 약한 본이 카나페의 소매를 잡고 뛰었으며 그 뒤를 갑옷 탓에 무게가 있는 발렌타인이 달렸다. 헐떡거리는 숨이 머리끝까지 차올랐을 쯤, 그들은 얼핏 하늘의 귀퉁이를 본 것 같았다.

 

와르르르

 

꺄아아아-

 

뒤에서 돌무더기가 쏟아지는 큰 소리가 났다. 그들은 멀리 뛰기를 하듯 힘을 줘 점프했다. 그리고 밖이라고 생각되는 지면과 발이 맞닿는 순간, 바로 뒤에서 흙과 돌이 덮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슬아슬하게 그들은 동굴의 입구까지 무사히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큰일 날 뻔 했군.”

 

본은 몸을 돌려 이제는 그저 돌과 모래, 흙으로 뒤덮인 절벽과 언덕을 보며 말했다.

 

“...이런...”

그래서 저긴 대체 뭐하는 곳이었죠?”

“...모르겠습니다. 우선은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지요.”

 

그들이 깨어난 곳은 뭐라 알기도 전에 돌과 흙으로 덮어져버렸다. 하늘은 해가 서서히 저물며 옅은 빛의 별들이 반짝거렸다.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이곳은 어디인지, 왜 그곳에서 눈을 뜨게 되었는지. 그리고 카나페의 가방에 자리 잡은 두 개의 푸른색의 구슬이 무엇인지도.

 

 

 

1- 어둠과 눈 뜬 자들 - ()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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